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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2.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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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포항시장.jpg
이강덕 포항시장

 

 

 

 

 

 

 

 

해가 바뀌었지만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 군 사격장 입구에는 여전히 '사격장 폐쇄'가 적힌 붉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격훈련에 따른 소음·진동 등 피해를 겪고 있는 수성사격장 폐쇄·이전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재에 나선 국민권익위원회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장으로서 착잡하기만 하다. 1965년 조성된 수성사격장은 해병대를 비롯한 군의 사격훈련과 방위산업체의 제품 성능 시험장으로 사용돼 왔지만, 지역민들은 사격장이 들어선 이후 지난 50여 년간 국민과 국가를 수호하는 군의 중차대한 임무를 고려하여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고 희생해왔다.

 

그러던 중 당초 포천의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실시했던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이 포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되자, 환경·소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2019년에 슬그머니 수성사격장으로 옮겨왔다. 주민들은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으로 인한 소음·진동으로 생활환경과 건강이 위협받는가 하면 정신·재산적 피해도 크다며 헬기 사격훈련 중단과 사격장 폐쇄·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포항과 경주, 울산, 부산을 잇는 동해안 거점 대도시의 발전 축 위에 있는 군사 훈련장은 주민의 피해뿐만 아니라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만큼 사격장의 폐쇄·이전의 필요성은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 반세기 이상을 국가안보라는 명분에 따라서 일방적으로 고통과 희생을 감내 당해왔던 장기지역 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 중재 신청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민·관·군 협의체 구성을 통해서 소음감소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추진, 숙원사업 지원과 지역발전사업 추진, 주민 집단이주와 소음 완충지대 조성, 해병대와 주한미군의 사격훈련 여건 보장 등을 담은 중재안을 지난해 11월 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에 제안했다.

 

그러던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말 느닷없이 수성사격장의 이전이나 완전 폐쇄를 요구해온 장기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고 해결점을 찾았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문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초부터 사격장을 유지해서 훈련을 강행하겠다는 사실상 국방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재안을 통해서 주민들을 위협하고 오히려 주민들 간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셈이 돼버렸다. 권익위는 지난 연말 중재안에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과 수성사격장 민원 관련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의 생활과 건강, 지역의 발전이 달린 문제를 당사자 간의 정상적인 조율이 아닌 일부와의 협의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일인가?

 

무엇보다도 주민대표와 권익위, 정부 부처, 경북도, 포항시, 그리고 국방부 등이 함께하는 민·관·군 협의체를 통해서 장기면과 포항시의 미래가 걸린 사격장 폐쇄·이전은 물론 지역발전사업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군 당국은 수성사격장에 대한 고집보다 대안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 주둔 중인 미군의 경우, 민원으로 훈련에 제약을 받게 되자 미 본토로 병력을 보내서 훈련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남의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중·장기적 대안으로는 민원이 생기지 않는 지역에 국책사업으로 대규모 사격장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도약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포항시의 노력이 정부의 일방적인 강요로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한 주민대표를 통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포항시와의 긴밀한 사전협의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한 단기사업과 백년대계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규모 지역발전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서로가 마주 앉아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시간이 왔다. 국방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이유로 더는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국방부는 주민들을 위해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권익위 역시도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소통과 화합으로 의미 있는 조정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보여주길 촉구한다.

 

 

 

 

더 중요한 것은 대를 이어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주민들이 평화로운 삶을 방해하는 시설의 압력에 무릎 꿇은 채 얼마의 보상금을 받고 고향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를 이어 살아왔고, 앞으로도 우리의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고향의 발전을 위해서 한목소리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2022년 첫날, 올 한 해 어려운 일이 닥칠 때는 용기와 지혜로 극복하자는 뜻으로 외쳤던 '임난용지(臨難勇智)'라는 사자성어가 다시금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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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역발전과 안정을 위해 힘 모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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