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지역에 남겠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경제 지표 하나로 설명되기 어렵다. 출퇴근과 이동은 편한지, 돌봄과 의료는 충분한지, 행정은 주민의 요구에 얼마나 빠르게 응답하는지 등 일상의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계속 살고 싶다’는 응답은 정책 성과의 나열이 아니라, 행정 변화가 일상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칠곡군의 최근 행정은 형식과 관행을 줄이고 현장 중심·주민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해 왔다. 불필요한 보고 체계를 정비하고, 군수가 직접 현장을 찾고 주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행정의 태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됐다. 그 결과 정책 집행의 속도와 전달력이 함께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 해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북삼 오평산업단지는 20년 가까이 논의만 반복되며 답보 상태에 머물러 왔던 사업이다.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가 얽히며 계획은 있었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들어 이 산업단지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지역에서는 “말만 무성하던 사업이 처음으로 실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미래 산업과 일자리 기반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기간 표류하던 과제가 현실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행정 기조의 변화는 국·도비 확보와 주요 공모사업 선정으로도 이어졌다. 중앙부처를 직접 찾아 지역 현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 발전사업, 문화 기반 시설 조성 사업 등이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지역의 필요가 정책 논의 과정에서 설득력을 얻었다는 점이다. 현장 중심의 논리와 명확한 방향 제시는 중앙과 지방을 잇는 연결 고리가 됐다.
생활 여건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과 광역 환승제 시행은 칠곡의 생활권을 넓혔고, 출퇴근과 통학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였다. 돌봄과 복지 분야에서는 경로당 식사 지원, 노인 일자리 확대, 지역 돌봄 체계 보완 등이 일상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며 ‘여기서 살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계속 살고 싶다’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성과와 함께 분명한 과제도 보여준다. 주민들은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종합병원 등 의료시설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계속 살고 싶다’는 응답과 의료 인프라에 대한 요구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은, 현재의 변화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임을 의미한다. 칠곡군이 다음 단계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방소멸 문제는 이제 개별 지역의 위기를 넘어 전국적 구조 문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단기 성과에 집중한 정책은 정주 인구를 붙잡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칠곡의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대규모 개발이나 일회성 처방보다, 행정의 태도와 정책 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생활 속 변화를 축적해 온 과정이 정주 의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방소멸 논의에서 중요한 질문은 더 이상 ‘왜 떠나는가’가 아니다. 무엇이 사람을 남게 하는가’다.






